양자 컴퓨팅에서 표면 코드(Surface Code)는 높은 내구성과 비교적 낮은 물리적 요구로 인해 가장 널리 연구되는 양자 오류 수정 방식이다. 하지만 표면 코드가 실용성을 가지려면 단순히 오류를 정정하는 것뿐 아니라, 논리 큐비트(Logical Qubit) 간의 연산, 즉 로직 게이트 구현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표면 코드가 일반적인 게이트 모델처럼 임의의 2-큐비트 게이트를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핵심 전략이 바로 Lattice Surgery(래티스 서저리)이다. Lattice Surgery는 코드 패치를 병합하거나 분리하는 연산을 통해 논리 게이트를 구현하는 기법으로, 고도 오류 내성을 유지하면서도 대형 양자 프로세서 구조에 적합하도록 설계되었다.
1. Lattice Surgery란 무엇인가
Lattice Surgery는 두 개의 표면 코드 패치 간에 경계(boundary) 조작을 수행하여 새로운 논리적 연산을 만드는 과정이다. 여기서 ‘수술(Surgery)’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패치를 합치거나(Merge), 다시 떼어내는(Split) 조작 방식에서 유래한다. Merge와 Split은 개별적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측정 기반 논리 연산을 가능하게 해주며 논리적 연산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특히, 이 기법은 큐비트 간 물리적 이동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장거리 상호작용이 어려운 2차원 물리 아키텍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Merge 연산의 논리적 의미
Merge 연산에서는 서로 독립된 두 논리 큐비트를 하나로 결합한다. 이때 핵심은 두 패치의 경계에서 수행되는 공동 안정자(joint stabilizer) 측정이다.
예를 들어, 두 Z-경계를 가진 패치를 Merge하면 논리적 Z ⊗ Z 측정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Merge의 출력은 두 논리 큐비트를 특정 안정화된 상태로 묶는 것이다. 계산적으로 보면, Merge 연산은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 Z-Merge → 논리적 Z⊗Z 패리티 측정
- X-Merge → 논리적 X⊗X 패리티 측정
즉, Merge는 측정을 통해 두 큐비트의 결합된 연산을 구현하는 측정 기반 게이트 역할을 수행한다.
3. Split 연산의 역할
Split은 Merge의 역작용으로 볼 수 있다. Merge에서 하나의 패치가 만들어졌다면 Split을 통해 두 개의 독립된 논리 큐비트가 다시 생성된다. Split 시 변화하는 것은 주로 논리 큐비트의 분포(encoding)이다. 예를 들어 X-Split을 수행하면 하나의 논리 X 상태가 두 논리 큐비트에 공유되는 형태로 분리되며, 이는 특정 entanglement 구조를 생성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Split은 Merge와 함께 논리적 게이트를 구성하는 기본 모듈 역할을 한다.
4. Lattice Surgery로 구현되는 CNOT 게이트
표면 코드 기반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2-큐비트 논리 게이트는 CNOT이며, Lattice Surgery는 이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기본 과정은 다음과 같다.
- Control 논리 큐비트와 Ancilla 패치 간 Z-Merge 수행
→ Z⊗Z 패리티 측정 - Ancilla와 Target 간 X-Merge 수행
→ X⊗X 패리티 측정 - 마지막으로 Ancilla를 Split하여 제거
→ 두 측정 결과를 조합해 CNOT 수행
이 방식의 강점은 다음과 같다.
- CNOT을 장거리에서 구현할 수 있다.
- 물리 게이트 대신 측정으로 구성되므로 오류 내성이 높다.
- 대규모 양자 프로세서에서 병렬화 설계가 가능하다.
5. 왜 Lattice Surgery가 중요한가
현대 양자 하드웨어는 큐비트의 배치가 2차원 제한을 받는다. 초전도 큐비트든 스핀 큐비트든, 물리적 장거리는 직접 연결하기 어렵다. 즉, 표면 코드의 2D 레이아웃은 구조적으로 “가까운 큐비트끼리만 상호작용”할 수 있다.
Lattice Surgery는 이 제약을 뛰어넘는 최적의 솔루션이다. 패치 구조를 잠시 변경하거나 경계를 조작하는 방식만으로도 논리 큐비트 간 장거리 상호작용을 생성할 수 있다. 또한, 게이트 실행 중에 안정자 측정만 수행되므로 오류 발생 확률이 낮고 확장성도 매우 좋다.
6. 향후 연구 및 실용화 전망
Lattice Surgery는 이미 여러 양자 아키텍처에서 실험적으로 검증되고 있으며, 대규모 양자 컴퓨터의 필수 구성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 패치 자동 배치 알고리즘
- 시간–공간 복잡도 최소화 기법
- 트위스티드(boundary-twisted) 서저리
등이 개발되면서 더 효율적인 로직 게이트 구현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수백만 개의 물리 큐비트를 포함하는 양자 시스템에서도 Lattice Surgery는 주요 게이트 실행 전략으로 자리잡을 것이며, 논리적 CNOT뿐 아니라 Toffoli, Controlled-S 등 고차 복합 연산도 서저리 기반으로 구현될 전망이다.